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관측 가능한 우주와 빛보다 빠르게 멀어지는 우주

밤하늘에 보이는 별과 은하를 향해 우주선을 타고 계속 날아간다면, 우리는 언젠가 우주의 끝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지난 글에서는 우주의 나이가 약 138억 년이고, 관측 가능한 우주의 지름은 약 930억 광년에 이른다는 사실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놀라운 역설이 있습니다.
우리는 멀리 떨어진 은하를 관측할 수 있으면서도, 그 은하에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우주의 끝을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가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1. 우주의 끝은 정말 존재할까?

우주의 끝이라고 하면 흔히 거대한 벽이나 공간이 끊기는 경계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현대 우주론에서 우리가 관측하는 우주에는 그런 물리적인 경계가 있다고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우주 전체가 유한한지 무한한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현재 관측 가능한 범위와 그 범위를 넘어서는 영역에 대한 물리적 한계입니다.

우주는 약 138억 년 전 뜨겁고 밀도가 높은 상태에서 팽창하기 시작했습니다.
빛의 속도는 유한하기 때문에, 우주의 모든 곳에서 출발한 빛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도착한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빛이 우리에게 도달할 수 있었던 범위가 바로 관측 가능한 우주입니다.

우주가 팽창하지 않았다면 138억 년 동안 빛이 이동한 거리는 약 138억 광년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우주에서는 빛이 이동하는 동안 공간 자체가 팽창했습니다.
그 결과 관측 가능한 우주의 현재 반지름은 약 460억 광년, 지름은 약 930억 광년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서 기억할 점은 관측 가능한 우주의 경계가 우주 전체의 끝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 경계는 우리가 지금까지 빛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범위를 의미합니다.

2. 볼 수 있는 곳과 갈 수 있는 곳은 다릅니다

그렇다면 관측할 수 있는 은하에는 모두 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은하가 멀리 있을수록 우리에게서 더 빠르게 멀어지는 것처럼 관측됩니다.
이는 은하가 공간 속을 단순히 달아나는 것만이 아니라, 은하 사이의 공간 자체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때 중요한 개념이 우주 지평선(cosmic horizon)입니다.
우주 지평선은 빛이나 정보가 우리에게 도달할 수 있는 범위, 또는 미래에도 신호가 도달할 수 있는 범위 등을 구분할 때 사용합니다.
지평선에는 종류가 있으며, 모두 같은 경계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현재 우주가 가속 팽창을 계속한다면, 충분히 먼 은하에서 지금 출발한 빛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우리에게 도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 은하에서 오래전에 출발한 빛은 이미 지구에 도착해 우리가 관측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주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상황입니다.

어떤 은하의 과거 모습은 볼 수 있지만, 지금 그곳에서 출발한 빛은 영원히 볼 수 없을 수 있습니다.

3. 발견한 은하 20개 중 19개에는 왜 갈 수 없을까?

우주에서 관측 가능한 대상과 실제로 도달 가능한 대상을 구분해서 이해하면 좋습니다.
인류가 망원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관측할 수 있는 은하들 중 95.5%는 외곽 부분에 위치해 있습니다.
즉, 우리가 20개의 은하를 발견했다면 그중 19개는 영윈히 갈 수 없는 곳에 있다는 뜻입니다.

우주 공간을 이동하는 우주선이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간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가까운 별이나 일부 은하까지의 여행은 원리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아주 먼 은하로 갈수록 상황은 달라집니다.
우주선이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목적지 역시 우주 팽창의 영향을 받습니다.
거리가 충분히 멀다면 우주선이 아무리 오랜 시간 이동하더라도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은하가 자기 주변 공간을 가로질러 빛보다 빠르게 움직인다는 뜻은 아닙니다.
상대성이론이 금지하는 것은 국소적으로 물체가 공간을 통과해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입니다.
반면 아주 먼 은하 사이의 거리는 공간 팽창 때문에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빛보다 빠르게 멀어진다’는 표현은 공간 팽창으로 인한 거리 증가를 가리키며, 우주선이 빛보다 빠르게 날아갈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또한 모든 은하가 영원히 도달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가까운 은하들은 중력으로 묶여 있거나 우주 팽창보다 중력의 영향이 강할 수 있습니다.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리은하 주변에는 중력으로 서로 묶여 있는 작은 은하 무리가 있습니다.
바로 국부은하군(Local Group)입니다.
이 무리의 두 거인은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이고, 그 주위를 삼각형자리은하, 마젤란은하들을 비롯한 수십 개의 왜소은하가 함께 돌고 있습니다.
합쳐서 대략 20~30여 개의 비교적 밝은 은하, 그리고 희미한 왜소은하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수의 은하가 국부은하군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은하들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서로 중력으로 단단히 묶여 있다는 점입니다.

국부은하군의 지도
국부은하군의 지도 @namuwiki

국부은하군처럼 가까운 은하끼리는 중력이 팽창을 이기고 서로를 붙잡아 둘 수 있지만,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은하들은 중력이 팽창을 이기지 못하고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집니다.
핵심은 단순히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은하가 있는 곳과 우리 사이의 공간이 앞으로 어떻게 팽창할 것인가입니다.
공간 자체가 도달 가능 한계선보다 더 빠르게 팽창하며 벌어지고 있으면, 아무리 빠르게ㅡ심지어 빛의 속도로ㅡ출발해도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4. 우주의 끝을 결정하는 것은 거리보다 시간입니다

우주의 끝을 이해할 때 거리만 생각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은하가 현재 수십억 광년 떨어져 있다고 해도, 그 은하에서 오래전에 출발한 빛은 지금 우리에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은하에서 출발한 빛은 앞으로도 영원히 도착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우주에서는 ‘현재 그곳에서 일어난 일’과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모습’ 사이에 엄청난 시간 차이가 있습니다.

태양에서 지구까지 빛이 오는 데 약 8분이 걸리는 것처럼, 먼 은하의 빛도 긴 시간을 여행합니다.
우리는 은하의 현재 모습이 아니라 빛이 출발했을 당시의 모습을 관측합니다.

따라서 우주를 바라본다는 것은 단순히 먼 공간을 바라보는 일이 아닙니다.
과거의 우주를 관측하면서 동시에 미래에 도달할 수 있는 범위의 한계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우주의 끝"에 대한 실용적인 답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공간으로서의 우주: 끝이 있는지 없는지 아직 모릅니다. 관측 가능한 우주(지름 약 930억 광년)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는 현재의 과학으로 알 수 없습니다.
  •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우주: 사실상 끝이 정해져 있습니다. 바로 중력으로 서로를 붙잡고 있는 국부은하군, 그 안의 20~30여 개 은하가 인류의 최종적인 한계입니다. 그 너머의 수많은 은하는 지금 눈에 보이고 있을 뿐, 가속 팽창하는 공간에 의해 이미 우리 손을 영원히 벗어나고 있습니다.

5. 그렇다면 우주의 진짜 끝은 어디일까?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세 가지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 관측 가능한 우주: 지금까지 빛이나 다른 신호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범위입니다.
  • 도달 가능한 영역: 우주선이나 신호가 물리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우주선의 속도와 이동 방식, 우주 팽창의 역사에 따라 달라집니다.
  • 우주 전체: 관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영역까지 포함한 모든 공간입니다. 전체 크기가 유한한지 무한한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같지 않습니다.
관측할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지금 관측할 수 없다고 해서 그곳에 아무것도 없다는 뜻도 아닙니다.

우주의 끝을 하나의 선이나 벽으로 정의하기보다는, 우리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한계와 실제로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구분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더 정확합니다.

마무리 — 끝이 보이지 않는 우주에서 우리가 배울 것

인류는 망원경을 통해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관측하고, 우주의 나이와 팽창의 역사를 계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주를 관측하는 능력이 우주 어디든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멀리 있는 은하의 빛을 받아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지만, 그 은하가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우주의 팽창이 계속되는 한,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세계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세계 사이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생깁니다.

개인적으로 우주에 관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우주가 얼마나 큰가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세계가 우리가 갈 수 있는 세계보다 훨씬 넓을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우주를 더욱 신비롭게 만듭니다.

우주의 끝은 어쩌면 우리가 언젠가 도착할 장소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그것은 빛과 시간, 공간의 팽창이 만들어 내는 인류의 한계일 수 있습니다.

오늘 밤 별을 바라볼 때 한 가지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저 멀리 빛나는 은하 가운데 일부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으면서도 영원히 찾아갈 수 없는 곳일 수 있습니다.
우주의 끝을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경계와 아직 알지 못하는 세계의 가능성을 함께 생각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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