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인은 매운 걸 잘 먹고 우유는 힘들까? 한국인 유전자 DNA의 비밀 5가지

혹시 외국인 친구가 한국 여행을 와서 "한국 편의점에는 왜 데오드란트를 찾기가 이렇게 힘들어?"라고 물어본 적 있으신가요? 덥고 습한 여름철, 당연히 필수품이라고 생각했던 제품을 찾기 힘들어 당황하는 외국인들을 보며 우리는 종종 의아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 해답은 우리 몸속 깊숙이 숨겨진 '유전자'에 있습니다.

사실 한국인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상당히 독특한 유전적 구성을 가진 민족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식단과 생활 습관이 사실은 우리 몸의 유전적 특성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우리 한국인에게 유독 높은 빈도로 발견되는 신기한 유전자 특성 5가지를 통해, 우리 몸이 가진 놀라운 비밀을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한국의 식탁

1. 우유를 마시면 속이 불편한 이유, LCT 유전자

우리나라 성인 중 무려 90~95% 정도가 유당불내증을 겪는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는 소장에서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를 만드는 LCT 유전자의 변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서구권에서는 성인이 되어서도 이 유전자가 활발히 작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들은 성인이 되면 이 기능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난 우유만 마시면 배가 아파"라고 하셨던 분들, 유난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자연스러운 유전적 흐름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서 우유를 직접 섭취하기 보다는 요구르트, 치즈, 발효유 등이 상대적으로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2. 쓴맛의 고수, TAS2R 유전자

산나물이나 쌉쌀한 약초를 즐기는 한국인의 입맛은 우연이 아닙니다. TAS2R 유전자는 쓴맛을 감지하는 수용체와 관련이 있는데, 한국인은 이 유전자 조합 덕분에 특정 쓴맛에 굉장히 강합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한국 사람은 쓴맛에 강하다'고 절대적인 사실로 인식하면 안 됩니다. 이는 유전자와 식습관, 환경이 함께 작용한 결과이고,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정도라고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는 쓴맛을 우리는 '건강한 맛' 혹은 '개운한 맛'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쑥, 마늘, 고추, 쌉쌀한 산나물을 즐기는 우리의 식문화는 바로 이 유전적 배경 덕분에 풍성해질 수 있었습니다.

동아시아에서 특정 TAS2R 변이의 빈도가 높게 나타나며, 다양한 산나물과 향신채를 즐기는 식문화와 연관지어 연구하고 있습니다.

3. 탄수화물 에너지 발전소, AMY1 유전자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죠?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습니다.
우리 한국인은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인 아밀라아제를 만드는 AMY1 유전자의 복제 수가 평균보다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덕분에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변환하는 효율이 매우 뛰어나죠.

밥과 국물 요리를 즐기면서도 활동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은 우리 몸이 탄수화물을 아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입니다.

AMY1은 전통적으로 전분을 많이 섭취한 집단은 평균적으로 복제 수가 높은 경향이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복제 수가 더 많을수록 분해 효소인 아밀레이스가 더 많이 생성되어 전분을 보다 잘 분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모두 다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4. 술자리에서 얼굴이 빨개진다면? ALDH2 유전자

회식 자리에서 술 한 잔에 얼굴이 금세 빨개지는 분들 계시죠? 이는 알코올 대사 효소인 ALDH2 유전자와 관련이 깊습니다.

한국인의 약 29~37% 정도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기능이 약한 유전적 특성을 보입니다. 이는 서구권 사람들의 약 7%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인데요.

술을 잘 못 마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이 '술을 천천히 마시라'는 건강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입니다.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술 문화를 즐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5. 데오드란트가 필요 없는 축복, ABCC11 유전자

이 글의 처음에 등장했던 데오드란트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한국인 대부분(98~99%)은 ABCC11 유전자 중 '건식 귀지' 형태를 만드는 A형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서구인들은 G형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 유전자는 아포크린 땀샘의 활동(포도상구균)과 밀접한데, 이 덕분에 한국인은 겨드랑이 암내(액취증 또는 취한증)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데오드란트가 필수가 아닌 민족, 어쩌면 우리 한국인들만이 누리는 아주 깨끗하고 쾌적한 축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 영화를 보다가 귀지를 파고 있는 남자 장면이 있었는데, 축축한 귀지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글을 마치며

우리의 몸은 수천 년의 역사를 거쳐 우리 땅과 음식을 받아들이며 최적화되어 왔습니다. 단순히 유전자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 우리가 가진 이 고유한 특성들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나를 사랑하는 마음'의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탄수화물을 잘 분해하고, 쓴맛을 즐기며, 우유보다는 전통적인 발효 음식과 채식에 강한 우리 몸. 이 유전적 지도를 이해하고 나니, 오늘 우리가 먹는 밥 한 끼가 조금 더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여러분의 몸은 지금도 가장 알맞은 방식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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