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려고 할수록 실패하는 이유, 심리학이 밝혀낸 '내려놓음'의 지혜

잘하려고 애쓸수록 일이 더 꼬인 경험, 한 번쯤 있으셨나요?
잠을 빨리 자려고 애쓸수록 잠은 달아나고, 시험에서 정답을 고치다 틀리고, 운동에서는 힘을 줄수록 동작이 굳어집니다.

이처럼 우리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믿지만, 심리학은 때로는 내려놓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든다고 말합니다.

승부차기 골키퍼

1. 왜 사람은 가만히 있는 것이 더 어려울까?

얼마 전 월드컵에서도 승부차기 장면은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행동경제학 연구팀(Bar-Eli 등)은 승부차기 286건을 분석한 결과, 골키퍼가 가운데 그대로 서 있을 때 공을 막을 확률은 약 33%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경기에서는 90% 이상이 좌우로 몸을 던졌습니다.

왜일까요?
몸을 던지는 것이 더 유리해서가 아닙니다. 가만히 있다가 골을 허용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행동편향(Action Bias)​이라고 설명합니다.

비슷한 현상은 대니얼 웨그너 교수의 유명한 '흰곰 실험'​에서도 나타납니다. "흰곰을 생각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더 흰곰이 떠오르는 것처럼, 억지로 통제하려 할수록 원하는 결과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포츠 심리학자 시안 베일락 역시 골프 퍼팅 연구를 통해 압박감이 커질수록 평소에는 자동으로 하던 동작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되고, 오히려 실수가 늘어난다는 명시적 점검 이론(Explicit Monitoring Theory)​을 제시했습니다.

결국 우리의 뇌는 실패 자체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더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2. 이 심리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반복됩니다

이런 행동은 운동장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진과 행동경제학자 브래드 바버, 테런스 오디언은 수만 개의 증권계좌를 장기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거래를 가장 많이 한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약 11%로, 평균 투자자의 약 17%보다 낮았습니다. 시장을 더 잘 읽어서가 아니라, 불안할수록 계속 사고파는 행동을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주식 거래

시험에서도 비슷합니다. 시간이 남으면 답안을 계속 고치다가 맞았던 문제를 틀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뭔가 더 해야 한다'는 마음이 오히려 실수를 만드는 것입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하직원을 믿지 못한 상사가 모든 일을 다시 확인하고 수정하면 업무는 늦어지고 직원의 자율성도 떨어집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까지 계속 개입하면 당장은 마음이 편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힘을 키우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행동은 대부분 "움직여야 안심된다."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행동이 많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기다림이 더 큰 행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3. 그래서 심리학은 '힘을 빼는 연습'을 권합니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억지로 통제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이 발전시킨 역설적 의도 치료(Paradoxical Intention)​는 지금도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에서 활용됩니다. 잠이 오지 않는 사람은 대부분 "반드시 자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합니다. 하지만 치료에서는 오히려 "오늘은 안 자도 괜찮다."고 생각해 보도록 합니다. 잠을 통제하려는 마음이 줄어들면 긴장이 풀리고, 자연스럽게 잠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동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고의 선수들은 경기 중 자신의 팔과 다리 움직임을 하나하나 계산하지 않습니다. 오랜 훈련으로 몸에 익은 동작을 믿습니다. 음악가 역시 손가락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연주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몰입(Flow)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지나친 자기 점검이 사라질 때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자연스럽게 발휘할 수 있습니다.

'대충 산다'는 것은 무책임하게 산다는 뜻이 아닙니다. 충분히 준비한 뒤에는 결과를 억지로 통제하려 하지 않고, 몸과 경험을 믿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더 노력하라", "더 열심히 하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물론 노력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노력에도 방향이 있습니다.

새싹을 잡아당긴다고 해서 더 빨리 자라지 않고, 잠을 억지로 청한다고 더 빨리 오지 않으며, 골키퍼가 무조건 몸을 던진다고 선방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처음 테니스를 배울 때부터 들었던 말은 테니스에서 배우는데는 1년 걸리고, 힘을 빼는데는 3년 걸린다는 말이었습니다. 아마도 선수들이 모든 스트로크를 힘을 주고 친다면 아마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지쳐서 쓰러질 겁니다. 실제로도 힘을 잔뜩 주고 칠 때보다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칠 때 공을 더 빠르게 잘 날아갑니다.

인생에는 애써야 하는 순간도 있지만,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혹시 지금 어떤 문제를 너무 붙잡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오늘 하루만큼은 조금 힘을 빼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가 통제하려 애쓰지 않아도, 몸과 경험, 그리고 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스스로 해결해 주기도 합니다. 어쩌면 진정한 지혜는 더 많이 애쓰는 것이 아니라, 언제 힘을 빼야 하는지를 아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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